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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취미&배움

[남의집]술내리는날_막걸리 내리는 날

by miss.monster 2022. 11. 1.

나는 술을 못 마신다. 한 방울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

우리 집 내력이다. 

자꾸 마시면 는다는 말에 노력을 해본 적도 있었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수없이 아파보고 토해보고 깨달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술을 잘 마셨다.

그래서 남의 집에서 술을 만드는 모임을 보며, 관심이 생겼다.

남의 집 모임 중에서 술과 관련된 모임은 꽤 많은 편이다.

술을 만드는 것, 술을 곁들이는 것. 

 

내 능력이 된다면, 술을 곁들이는 모임도 좋겠지만 아직 자신은 없어서

술을 만드는 쪽을 택했다.

 

맥주, 막걸리..

 

막걸리?!!!!

 

막걸리에 대한 기억은 대학생 때 학교 근처 파전집으로 모인다.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먹었던 기억.

 

막걸리를 한 번 만들어볼까?

 

\

 

한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의 호스트사진 그리고 소개글에 '막걸리를 하얗게 내린다'는 말이 무척 예쁘게 느껴졌다.

다행히 장소도 시간도 나와 딱 맞아 떨어졌다.

 

평일 오후 12시!!!

술을 웬만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낮술'!!!

나는 참가신청서에 정중히 적었다.

술을 못하지만, 만들고 싶고, 선물하고 싶다고.

 

다행히, 참가 확정 연락을 받았고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모임날이 다가왔다.

 

 

아파트 문고리에 남의 집 카드가 걸려있다.

공방이나 가게가 아닌 누군가의 집에서 열리는 남의 집은 오랜만이라 더 설레었다.

 

거실 창가 쪽에 놓인 테이블에 오늘 모임을 위한 한 상이 차려져 있다.

모임 장소가 꽤 높은 층이었는데 창밖으로 동네 풍경이 훤히~보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뷰를,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술안주로 딱 좋았다!

 

상 위에는 막걸리와 곁들일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음식만 보면 막걸리가 아니라 와인이나 맥주상이 아닐까 싶었다.

과일, 치즈, 후무스와 무화과, 김부각, 페퍼로니 디핑소스?

 

호스트 지아 님은 조리를 전공하고 다양한 요리를 배우셨다고 했다. 막걸리 하면 파전 같은 전통음식을 떠올릴 것 같아서

일부러 이색적인 상을 준비하셨다고 했다. 벌써부터 오늘 모임이 기대가 된다.

게다가 부엌에서는 맛있는 향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술을 내리기에 앞서 미리 만들어놓으신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 얘기를 나누었다.

 

 

김부각이 무척 바삭하고 간이 세지 않아서 좋았다. 

어디서 사신 거냐고 여쭤보니 직접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제철음식, 제철과일만큼 지금 이 시간을 즐기기 좋은 것이 없다.

신선한 무화과에 고소한 병아리콩 후무스를 찍어먹으니 가을이구나 싶었다.

 

 

큰 통에 있는 것은 오늘 내릴 막걸리이고, 작은 통에 들은 것은 미리 발효해두어 딱 먹기 좋은 막걸리다.

남의 집이라고 적혀있는 라벨링을 보니 오늘을 위한 맞춤 막걸리인 듯하여  왠지 감동스럽다. 

 

 

 

큰 통을 열어 향을 맡고 막걸리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지아 님이 만드는 막걸리는 쌀, 누룩, 물을 기본으로 한다.

큰 통에는 쌀과 누룩만 들어있고 이따가 물을 섞어서 내리면 된다.

통을 열자마자 상큼한 향이 퍼졌는데 중간중간 보이는 것은 청귤이다.

기본 막걸리에 제철 과일, 꽃, 허브로 다양한 변화를 주신다고 하신다.

 

여전히 발효가 되고 있기에 보글보글 탄산이 올라온다. 

언제가 봤던 김치냉장고 광고가 떠오른다 ㅎㅎ

 

짠~!!!!

막걸리를 따를 때 평소 먹던 막걸리보다 걸쭉~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마셔보니 전혀 걸쭉하지 않았고 무척 깔끔했다.

 

또 다른 안주? 식사?를 내어오셨다. 준비해 놓은 음식이 찬 음식이다 보니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며

오븐에서 바로 꺼내오셨다. '키쉬'라는 음식인데 아래는 감자채 위에는 달걀과 시금치 등 의 야채가 들어있다.

달걀찜 같기도 하고~감자전 같기도 하고~무튼!!! 브런치인듯하면서 술안주인 듯~

 

막걸리는 숙취가 심한 술이라고 들었다. 그렇기에 속을 든든히 먹는 게 좋은데

계란과 감자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속이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술은 잘 못 먹지만...ㅋㅋㅋ)

 

배불리 먹고, 마시고, 술을 내려보자!

 

술을 내린다는 말은 정말 말 그대로였다.

큰 통에 들어있던 쌀과 누룩에 물을 넣고 내린다. 

뽀얗고 신선한(?) 막걸리가 한 사발 나온다. 

갓 내린 막걸리를 또 한잔! 맛본다.

지아 님은 아직 발효가 덜 되어서 익숙한 맛이 아닐 거라고 하셨다.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무언가가 목을 타고 쑤욱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희한한 건 마무리가 무척 깔끔했다.

흔히, 양주를 마시면 목이 뜨겁다고 하는데 이런 느낌일까??

 

작은 페트병에 막 거리를 나눠 담았다.

병을 담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막거리를 담고 병을 살짝 찌그러뜨린 후 뚜껑을 닫아야 한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서 탄산이 생기고 병이 팽창된다.

 

우리는 막걸리를 담아놓고 또다시 먹었다.

 

이번에는 정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막걸리상이다.

묵밥과 튀김. 튀김은 버섯과 템페다.

템페는 콩을 발효하여 만든 것인데, 비건을 하는 분들이 주로 드신다고 알고 있다.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먹어보게 될 줄이야.

묵밥과 함께 곁들임으로 나온 반찬들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그새 이름을 까먹었지만)

지아 님이 요리를 좋아하시고, 다양한 요리를 하시다 보니 재미있는 식재료들을 맛보는 재미도 있었다.

 

 

며칠 뒤면 병에 탄산이 생겨 펴질 텐데 그때부터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고

일주일 정도 후에 먹으면 딱 맛있을 거라고 하셨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나니 병이 잘 부풀었고, 바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잘 익길 기다리며

 

이번 모임만큼 푸짐하게 먹은 적이 없던 것 같다. 심지어, 모임 참여비도 비싼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술 만드는 게 재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그래서 지아 님께 기회가 되면 다른 술 만드는 모임도 만들어달라며 졸랐다 ㅎㅎ

 

언젠가 지아 님의 집에 다른 술을 내리러 오는 날을 기다려본다!!

 

혹시, 남의 집이 궁금하다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어떤 남의집이 있는가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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