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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서로 돕는 자

by miss.monster 2020. 12. 22.

2020.12.22.22일차(D-78)

 

3시 53분. 6시 30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2번 잠에서 깼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처음은 다시 침대로 들어가고, 두 번째에 일어났다.

 

30분. 요가소년 실시간 스트리밍이 한창 하고 있을 시간. 1시간짜리 수련이라 지금 시작하기에는 애매해서 짧은 아침 스트레칭을 한다. 아침 스트레칭 중에서는 '듀잇 홈트' 굿모닝 스트레칭을 가장 좋아한다.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시간이 살짝 남아, 짧은 아침 명상을 한다.




오늘은 '글쓰기 수업 숙제'를 끝내야 하기에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아침 명상이 필요했다. 신랑 출근 배웅 후, 아침 환기와 청소기를 돌리며 저장된 요가 소년님의 스트리밍 영상을 튼다.


 

 

인사 시간이 보통 10분 정도라 딱 알맞다. 인사를 나누며, 요가매트 추천과 요가소년님의 아내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가 소년님은 아내분의 권유로 요가를 시작하셨다고 했다.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신랑은 저녁을 먹으며 회사에서 있던 일을 얘기해준다. 동료들과 이번 달 회사 매출 내기를 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본인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기면 어떤 선물이 있냐고 물었고, 신랑은 스타벅스 5만 원 기프트카드가 걸려있다고 했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고 말고 와는 별개로 액수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그리고 신랑이 이길 수도 있다고 한 말에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랑은 "요가매트가 좋아? 커피가 좋아?"라고 물었다. 갑자기? 여기서 요가매트가 왜 나오지?! 의아했지만, 일단 대답한다.

 

나 : 요가매트랑 커피는 다르지. 요가매트는 필수제이고, 커피는 기쁨제인걸. 좋고 말고랑 상관없이 둘 중 선택해야 한다면, 일단 요가매트는 꼭 있어야 하지.

신랑 : 그렇지?! 색시의 요가매트가 지금 비행기로 날아오고 있어!!!

나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물론, 무슨 말인지는 알았다. 신랑이 내가 쓸 요가매트를 주문했다는 얘기겠지. 왜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인가?!(그 날이 12월 21일 저녁이었으므로) 신랑은 물건을 살 때 무척 신중하다. 알뜰하기도 해서 최저가를 검색해놓고도 몇 달을 고민하다 안 사기도 한다. 어느 날은 장바구니에 물건이 안 담긴다고 이상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더 이상 담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용돈을 모아, 나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준다. 크리스마스는 그 정도의 기념일은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최근에 나는 쓰던 요가매트를 버렸다. 운동을 꾸준히 할 줄 모르고, 저렴한 것을 샀는데 1년이 넘어가니 지우개 가루처럼 끝부분부터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 버리긴 했는데 막상 사자니 돈이 아까웠다. 구매를 했다 취소를 하기도 했다. 며칠 검색을 해서, 요가매트와 폼롤러를 주는 이벤트를 신청했고, 며칠 뒤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당첨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당첨될 상황을 대비해서 요가 타월 2장을 깔아놓고 하고 있다. 아무래도 쿠션감이 없어 몸에 배기기 때문에 필요할 때 방석이나 수건을 깔았다가 치웠다가 하고 있다. 신랑은 나를 보며 불편하지 않냐고 요가매트에 대해 물어봤었고, 나는 이벤트 당첨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나는 이벤트 발표 날짜만 신경 쓰고 있었으므로 신랑이 요가매트를 주문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신랑이 주문한 요가매트는 '만두카'라는 브랜드로 꽤 비싸서, 나는 아예 살펴보지도 않은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엄청 신나 하며 방방 뛰었을 텐데, 그 날 따라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약간의 버퍼링 후에 나는 굉장히 차분한 어조로 말했던 것 같다. 

 

나 : 어....... 그거 엄청 비싼 건데......... 왜.....?!

신랑 : 색시, 요가 열심히 하더라. 아침 저녁으로 나랑 안놀아주고 그 아저씨(요가 소년) 보면서 하잖아. 하루 이틀하고 안 하면 모르겠는데, 꾸준히 하니까...이거는 평생 쓸 수 있는 거래. 프로랑 라이트랑 있는데~~ 그런데 크리스마스 전에 주고 싶었는데, 해외배송이라 그 전에는 못 올 것 같아. 미안해.

나 : 아... 아니... 괜찮아... 난 이번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어쩌지..

신랑 : 괜찮아. 색시가 먼저 살까 봐 미리 얘기해두는 거야. 이게 프로랑 라이트랑 있는데~

 

신랑은 설거지를 하면서, 요가매트 모델별로 장점과 단점, 관리방법에 대해서 줄줄 얘기했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날 때마다 얘기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침대에 누워 "아~이거 전용 클리너가 따로 있대~"라고 갑자기 말했다. 신랑이 왠지 귀여웠다. 내 선물을 고르면서, 이렇게 신나 해줘서 또 고마웠다. 그러다 문득,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딱히 종교는 없다.) 나를 도우려고 애쓰니까 나를 돕는 사람이 이렇게도 생기는구나.

 

우린 서로를 돕기 위해 부부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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