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4.24일차(D-76)
3시 30분. 5시 46분.
며칠째 잠에서 2번씩 깬다. 깨는 시각도 비슷하고, 두 번째에 일어나 요가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보니 어쩐지 이 것도 루틴이 되어 버린 기분이다.
5시 46분. 요가소년 실시간 스트리밍에 참여하러 매트 위에 오른다.
6시 2분. 수련이 막 시작하는 찰나, 휴대폰이 번쩍인다. 조명을 켜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것처럼 순간 눈이 부셔 반사적으로 쳐다본다. 셸리에게서 온 메일 알림이다. '당신의 아침 8시는 어떤가요?' 알림 창에 제목과 내용 앞부분이 살짝 보인다.
'Coming Soon' 하고 끝나는 티저 영상을 본 듯, 뒷부분이 궁금해진다. '아침 8시...?'를 속으로 되뇌며 '이따 커피랑 빵 먹으면서 읽어야지.' 생각한다.
수련, 신랑 도시락, 배웅, 환기, 청소로 끝나는 아침 루틴 후 커피와 빵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몰래 숨겨둔 맛있는 케이크를 아끼고 아끼다 꺼내듯,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이 나서 메일을 연다.
김조식 님에게
조식님의 편지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아침 6시 편지 도착 알림창에서, '아침 8시...'라는 제목을 살짝 본 터라 내용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편지를 본격적으로 읽고 싶어, 아침 루틴이 어서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피와 빵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편지를 읽다 보니 김조식 님도 지금쯤 아침을 준비하고 있겠구나 싶어 그 모습이 상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맞아 맞아 나도 아침을 가장 정성스럽게 차리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저는 하루에 4번 식사 준비를 합니다. 신랑 도시락, 저의 아침과 점심 겸 저녁, 그리고 신랑의 저녁.
신랑 식사 2번, 저의 식사 2번. 저녁을 함께 먹으면 식사 준비 횟수를 줄일 수 있지만, 제 일과의 흐름과 잘 맞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저희는 서로 다른 식단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저탄수화물 식단, 신랑은 탄수화물 식단(주로 한식과 국수). 같이 먹어도 결국 메뉴를 따로 준비해야 하죠.
저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하면서 식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생기니까, 뭘 먹는지와 식사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하루가 무척 달라지더라고요. 단점은, 약간의 식탐도 생긴다는 거죠. 먹을 수 있는 걸 발견하면, 양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식탐이 많았나, 새삼 놀라곤 합니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음식이나 장소도 아니에요. 거실 소파, 노트북 테이블, 커피와 빵이 다예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비슷한 음식인데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음, 조금 과장한다면 '충만한 느낌'이에요. 어제까지는 그냥 행복하다.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김조식 님의 편지를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꼭 답장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나는 나에게 좋은 밥을 차려주고 싶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느긋하게 먹고 싶은 식욕과 의지를 가졌을 뿐이다.'
저의 식탐에 대한 오해와 아침식사의 행복에 대해 의문이 풀린 거죠! 저는 전 날 저녁에 다음날 아침에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잡니다. 그럼 다음 날 아침이 무척 설레어요. 김조식 님께서 '매일 아침 여행하는 기분으로 아침상을 차린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전 날 저녁에 비행기표를 끊는 기분인 거죠. 원래, 여행은 비행기표를 끊으면서부터 시작 아닌가요?! ㅎㅎ
김조식 님이 트위터에서 보셨다던 문구도 무척 와 닿았어요. "이제까지는 우리가 여행을 떠났지만,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이렇게 떠날 줄 알았다면, 잘해줄걸. 미루지 말고 다녀올걸 그랬어. 내년에는 갈 수 있을까? 그러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크리스마스마저 우리를 떠나게 할 순 없다!! 비록 여행도 갈 수 없고, 가족도 만날 수 없는 크리스마스지만.(사실, 평소에도 사람 많은 걸 싫어해서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내긴 합니다만...)
오늘 저녁부터 더 크리스마스다운, 나와 가족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봐야겠어요!!
김조식 님은 내일 아침에 무얼 드실지, 왜 때문에 궁금한 걸까요?! ㅎㅎㅎ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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