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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S에게

by miss.monster 2020. 12. 19.

2020.12.19.19일차(D-81)

 

요즘, 메일링 서비스를 받고 있다.

아침 6시에 누군가의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읽지 않은 날이 쌓일수록 고마운 만큼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답장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보내준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실은 보내준 편지를 제대로 읽어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답장을 쓰기 전에 솔직히 얘기해야 할 것 같아, 먼저 고백합니다.

편지를 받아볼 수 있기를 무척 기다렸는데, 막상 편지를 받으면 쉽게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급한 일들을 처리한 후 조금 더 편한 마음과 몸으로 읽고 싶었지요.

이것부터 하고, 저것부터 하고, 나중에 나중에...

읽지 않은 메일이 쌓일수록, 더욱 열기가 쉽지 않더군요. 

혹시 메일을 열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궁금해하지는 않을까 싶어 확인만 한 날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너무 솔직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오히려 지금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또 걱정이 되네요.

오늘은 나름의 각오로, 아침 운동을 하고 메일을 열었습니다.

제목은 '찬란했던 파리의 새벽 6시'였습니다.

'파리'라는 단어만으로 저는 무척 들떴습니다. 마침,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인 '에밀리 인 파리'라는 미드가 떠올랐습니다. 미국인 여성이 일 때문에 프랑스로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패션, 사랑, 낭만 그리고 파리의 풍경. 미리 말씀드리자면, 편지는 제 예상과는 달랐지요.

처음은 비슷했을까요? 파리의 카페. 에스프레소. 마침, 저도 커피 한잔을 하고 있던 터라 같이 올려주신 커피잔 사진을 보고 있으니 파리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파리에서의 택시 운전. 낭만보다는 생계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파리니까'라며 저는 끝까지 '낭만'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코로나라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그런 바람이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편지 끝. 셸리의 말을 보고 홍선생님이 파리로 망명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마음이 들었습니다. 왠지 모를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다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또 미안했습니다. 홍선생님이 연루되었던 사건을 아직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찬란, 파리'라는 단어만으로 이 편지를 미리 짐작했던 것처럼, '망명, 체류'라는 단어로 홍선생님과 편지에 대한 감정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싶었습니다. 홍선생님의 파리에는 분명 찬란한 날, 삶이 고달팠던 날, 에스프레소로 위무하던 날, 눈물을 훔치던 훔치던 날. 이 모든 날이 있었을 테니까요. 

제 마음이 잘 전해질 지 모르겠습니다. 무튼, 저는 지금 토요일 아침 10시에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홍선생님께서는 오전 6시를 새벽과 아침으로 말씀하셨죠. 잠이 들어 지나간 날은 '새벽 6시' 눈 뜬 날은 '아침 6시'. 저도 이 부분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6시는 늘 같은 6시인데, 아침일까, 새벽일까?! 저는 '새벽'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새벽 6시'라는 단어를 더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특히,  6시에 일어나 무언가를 한 날은, 아침보다 새벽이라는 말이  저를 더 부지런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오늘 6시는 '아침 6'시가 아닌 '새벽 6시'였습니다. 하지만 10시는 두 분의 편지로 아침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추천해주신 파리 여행 팁은 코로나가 끝나면 꼭 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에 알 수 없어 편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상하며, 편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진 설명을 해주신 것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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