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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김 선생님께

by miss.monster 2020. 12. 26.

2020.12.26.26일차(D-74)

 

김 선생님께

 

스테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느 곳에서 머무른 시간일까 상상하다 다른 나라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스테이'라는 단어가 영어라서 일지, 아니면 왠지 외딴곳이 떠올라서 일지 모르겠네요.

템플스테이었다는 것을 알고, 문득 올해 초에 세운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만다라트라는 도구로 계획을 세웠는데, 그중 한 꼭지로 '여행' , '엄마와 템플스테이'를 적었습니다. 

저 역시 김 선생님처럼 종교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친구를 따라 교회를 몇 번 가보긴 했습니다만, 교회에 갔다기보단, 친구랑 놀러 간 것에 가까웠죠.) 다만, 엄마랑 저는 드라이브할 때 근처 절을 찾아 들르곤 합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자연. 제가 좋아하는 한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절을 올리거나 하지 않아도 산책 삼아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공백이 생기면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내곤 해요. 그런데 절에서는 말을 하는 것이 도리어 예의가 없는 것이 되다 보니, 편할 때도 있고요. 

무튼, 저는 엄마와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어 서울 근교의 절을 찾아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흐지부지 되었네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실제 실행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계획만 세워놓고 미뤄둔 것들이 많다 보니...

그래서 김 선생님의 템플스테이 이야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마음먹고 찾으신 노잼 절이라니, 왠지 제가 찾은 것과는 다른, 진짜배기일 것 같기도 했고요. 

마법의 황토색 옷, 채식 식단, 보살님이라는 호칭. 노잼 절에도 템플스테이의 시그니처는 등장하는군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왔다."는 김 선생님의 말은, 꼭 "고민이 많아요. 마음이 힘들어요."라는 말처럼 들렸던 것 같아요.

 힘들어서, 지쳐서 마음도 몸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저, 조금 쉬고 싶어요. '대학'이 전부였던 시절, 김 선생님의 고민이 무척 이해가 되면서도, 저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청소년기도, 대학생때도 별 생각없이 지냈거든요. 미래에 대한 고민, 나에 대한 고민없이 살았던 시간이 30이 훌쩍 넘은 지금에야 부메랑처럼 돌아와 꽂히는 것 같아요. '나는 왜 사는지, 나는 무얼해야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어렸을 때 고민했었더라면, 지금 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이런 질문들이요. 

마지막 날, 김선생님의 말들이 저와 닮아있어서, 주지 스님의 대답은 저에게 답변을 주신 것 같았어요.

"안 먹어지는 마음도 마음이지요." 알듯 말듯한 그 문장이 내내 마음에 남았습니다.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한 순간에 변하는 것들은 너무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니까요. 그저.. 그 순간에 전과 다르다는 것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비록, 다음 날 다시 마음이 안 먹어지더라도 전과 다르게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김 선생님이 계신 곳의 가을 풍경을 보며 지금 그곳의 겨울은 어떨지,

김 선생님 돌아오신 그 자리는 어떤 곳일지 궁금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있는 곳의 눈이 내리던 겨울 어느 날, 창 밖 사진으로 대신 답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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