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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5

...시작,끝, 시작,끝... 2021.03.08.98일 차(D-2) 신랑 생일 기념으로 엄마가 호텔 숙박권을 선물해줬다.큰 맘먹고 나섰는데, 오랜만에 폭설이 내렸다. 그 날의 시작은 분명 비였는데, 점점 눈이 날렸다. 터널을 지날 때 마다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것처럼시간도 공간도 바뀌는 것 같았다. 여기는 서울의 끝일까 지금은 겨울의 끝일까 애초에 어딜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꼬막을 호텔 안에 머물렀다.테라스에서 눈 내리는 거 보고호텔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눈 내리는 거 보고자고 일어나 다시 눈 내리는 거 보고근처 해변가를 산책하면서 눈 내리는 거 보고원 없이 온 감각으로 눈을 보고 듣고 맞고 느.. 2021. 3. 8.
정월대보름 2021.02.26.88일 차(D-12)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이 온통 나물사진이다. 정월대보름이라고 친정엄마들이 딸내미들을 위해서 총출동한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질 사람이 아니지. 며칠 전부터 '나물과 찰밥'얘기를 꺼냈다. 내가 가겠다. 엄마가 오겠다. 그러다가 결국 엄마가 잠시 들르기로 했다. 나는 엄마가 올 시간에 맞춰, 동네 떡집에 갔다. 엄마가 여기까지 오는데, 밥은 안 먹겠다고 하고 빈손으로 보내긴 서운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기증떡, 오빠가 좋아하는 인절미,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치즈 꿀설기. 조금씩 담았다. 다 와간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 입구로 나갔다. 엄마는 주차장에 들어오지도 않고, 비상등을 켠다. 우리집에는 들어갈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진정한 드라이브 스루랄까. 엄마는 운전석에.. 2021. 2. 26.
잡, job 2021.02.18.80일 차(D-20) "자꾸 잡생각이 나요." 오늘 요가 수련 후, 요가로운 라디오에서 누군가 질문했다. 나도 가끔 요가 수련 중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급한 일, to do, 장 볼 거, 날씨... 별거 아닌 것과 심각한 것 까지. 그야말로 오만가지 잡 생각. 끝나지 않은 걱정거리가 있는 날은 내가 지금 한가하게 요가를 할 때 인가 싶기도 하다. (독서모임 숙제를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한가하게(?) 글을 쓸 때 인가............) 잡-3 (雜) [접사] 1. ‘여러 가지가 뒤섞인’ 또는 ‘자질구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막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잡생각. 잡스럽다. 잡다한. 잡것. '잡'이 들어간 단어들은 시덥잖고 고.. 2021. 2. 18.
낑낑 2021.02.17.79일 차(D-21) 1년에 2~3번은 앓는다. 작년에는 눈이 간지럽더니 며칠 뒤 눈곱 때문에 눈이 붓어 뜨지도 못하고, 퉁퉁 부었다. 그리고 다리에 생긴 두드러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안과와 피부과 진료를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 후로 눈이 조금이라도 가렵기 시작하면 덜컥 겁이 난다. 며칠 전부터 눈 주위가 욱신한 느낌이 있었는데, 가렵기 시작했다. 작년과는 달라서 또 겁이 났다. 참을 수 없이 가려워져, 거울을 보니 눈 주위가 벌겋고 살짝 부은 듯했다. 우스갯소리로 애교 살이 도톰히 오른 듯했다. 신랑에게 보여줬더니 다래끼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명절 연휴라, 병원도 열지 않아 급히 약국에 가서 약을 샀다. 약사는 뭔 놈의 약을 3개나 먹고 넣고 해야 한다고 했다..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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