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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김치찌개

by miss.monster 2021. 2. 2.

2021.02.02.64일차(D-36)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밥은 먹었어?"

"응, 이제 신랑이랑 먹으려고."

"오늘 저녁은 뭐했어?"

"김치찌개"

 

아빠는 별말 없이 신랑을 바꿔달라고 하셨다.

 

"예, 오늘 저녁 김치찌개 했다네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결혼 초반에는 처음이라 서툴렀는데 이제는 맛있게 잘해요."

 

신랑의 대답만 들어도 통화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빠는 내가 저녁은 제대로 차렸는지, 신랑의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걔가 뭐 요리를 제대로 해?" 

이런 말을 했겠지.

 

예전 같으면 아빠의 말에 발끈했을 테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그런데 오늘은 아빠가 이해가 됐다.

 

얼마 전, SNS에서 본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리포터가 80세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를 인터뷰한 사진이다. 사진 밑에 자막이 있었다.

 

"응, 나 지금 치킨 사러가. 우리 딸이 오면 꼭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 그래서 내가 사주마 했지."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리포터의 질문이 이어졌다.

 

"예. 따님이 몇 살이신데요?"

"응, 올해 54살이야. 아주 아기 같아서."

 

54살이 넘어도 아빠의 눈에는 아기 같으니, 아빠의 눈에 나는 얼마나 아기 같을까.

 

내가 뭘 할 때 마다 아빠는 "네가 이런 걸 해?" 하면서 웃곤했다.

내가 못 미더워서,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아빠가 야속했었다.

 

아빠는 그저 내가 아기 같아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불안하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했던 것 아닐까?!

 

영문도 모른 채 미움받는 일만큼 억울할 일도 없을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에게 오해를 받았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빠와 나 사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오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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