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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최선

by miss.monster 2020. 12. 15.

2020.12.15.15일차(D-85)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늘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결과는 상관없으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내가 중학교 때까지 시험을 보고 나면 아빠는 늘 시험지를 갖고 오라고 하고 함께 검토를 했다. 이 문제는 왜 맞았는지, 왜 틀렸는지 하나씩 지나치게 정성스럽게 봐주셨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시험지를 같이 보지는 않았지만, 대신 성적표를 제출해야 했다. 선생님보다 아빠와의 시간이 더 긴장되었다. 그리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아빠는 분명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했다. 심지어, 우리 집 가훈은 '하면 된다.'였다.  '한다'의 끝에는 왜 '된다'에 다다라야 하는 건지, 어른이 되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아빠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 듣고 싶지 않은, 오기 가득한 사춘기 딸이었다. 

대학교 때는 장학금이 최선의 기준이 되었고, 취업을 하고 나서는 회사 이름과 월급이 최선의 기준이 되었다. 아빠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싫었고 그만큼 아빠가 미웠다. 왜 아빠는 다른 아빠처럼 다정하지 않을까, 괜찮다고 말하면서 눈으로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야속하기만 했다. 가끔은 최선을 다해서, 아빠를 미워했던 것 같다. 

 

미움이 조금씩 약해진 것은, 내가 결혼하고 나서다. 여전히, 아빠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아빠도 이제는 돈을 버는 것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 막상 밥을 같이 먹자고 하거나 여행을 가자고 하면 바쁘다며 다음에 가자고 한다. 역시 아빠는 말만 그런 거였어.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 분명, 예전 같으면 아빠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안가'라고 딱 잘랐을 텐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아닐까? 아빠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데, 내 기준에서의 '최선의 결과'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최선은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봤다. 

최선 最善 [ 최ː선 ] [ 췌ː선 ] 
명사
1.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최선의 방법.
2.온 정성과 힘.최선을 기울이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최선'이라는 말에는 원래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 있다. 아빠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유의어에 '최상'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최상 最上 [ 최ː상 ] [ 췌ː상 ] 
명사
1.높이, 수준, 등급, 정도 따위의 맨 위.최상의 선택.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최선'을 얘기하면서, '최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닐까?!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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