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요즘은 글 안 써?" 혹은 "요즘도 글 계속 쓰고 있어?"
글을 한창 쓸 때는 그 말에 신이 나고, 글을 못 쓰고 있을 때는 민망하긴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도 나의 글생활이 또 다른 안부가 된 것 같아
내 글생활을 물어준다는 게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밥은 먹었어? 잘 지냈어?처럼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안부 인사.
요즘 SNS에 기록하는 게 좀 뜸했다. 신랑이 집에 있기 시작하며 서로 적응하는 것도 필요했고,
'더' 글을 쓸 여력이 없기도 했다.
'더'라는 말은, 추가로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는 얘기. 그러니까 나는 어딘가에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그래서 SNS에는 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베터앱, 고수리작가님과 함께 했던 오늘의 땡땡
베터앱, 북스톤출판사에서 했던, 30일 질문챌린지
밑미와, 한율에서 했던 매일 밤 마음을 채우는 독서 쉴 틈
그리고 얼마 전에는 라비니야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 '오늘도 쓰다' 1기가 끝났다.
작가님이 2~3일에 한 번씩 글감을 주시면, 500자 이상 써서 제출한다.
주 1회 피드백을 해주시고, 마지막에 줌 미팅을 한다.
피드백에는 내 글에 대한 감상과 첨삭이 포함된다.
약 1달 동안 12개의 글이 쌓였다. 나와 작가님만 아는 글. 마치 작가님에게만 털어놓는 비밀 같은 이야기.
어디에 내놓을 건 아니지만, 적당한 때가 되면 내놓을지도 모르지.. 글보험? 비상글? 같은 글을 보니 든든하다.
작가님만 내 글을 읽는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이번 수업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참여한 글쓰기 수업은 '합평'이 포함되어 있었다. 각자 자신의 글을 읽고, 서로 감상을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내 안으로 몰입'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응원도 필요했지만, 내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게 필요했다.
내가 아직도 글을 쓰고 싶은지 묻고, 내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스스로 찾고.
작가님이 주시는 글감을 보며 글을 쓰는 동안에는 더욱더 혼자여야만 했다. 내 글이 더 나다워지도록.
마지막 12번째 글을 쓰고, 작가님과 줌으로 만났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뭘 물어야 할지 몰랐는데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니 술술 나왔다.
사소한 질문도 작가님은 성의 있게 대답해 주셨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그 대답이 지나치게 환상적이지 않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 길을 먼저 간 선배가 해주는 진심 어린 조언 같았다.
작가님은 '임경선 작가님과 임진아작가님'의 글을 추천해 주셨다.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많은 작가님을 좋아하지만, 임진아 작가님과 임경선 작가님은 좋아할 뿐만 아니라 직접 만나본 유일한 작가님들이다.
임진아 작가님이 단단한 동그라미 같다면, 임경선 작가님은 말랑한 별 같았다.
임진아 작가님은 부드러운 듯 하지만 단단했고, 임경선 작가님은 뾰족한 듯했지만 섬세했다.
임진아 작가님(@imjina_paper)은
작년에 작업책방 씀(@booknwork_sseum)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뵈었다.
지인과 책 쓰기 특강을 듣고 잠시 들렀는데, 운 좋게 임진아 작가님이 내놓은 반팔티도 저렴하게 구입했다.
(왠지, 임진아작가님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임경선 작가님(@kyoungsun_lim)은
LG 그램 Pro × 인텔 × 폴인 (@folin_co) 이 기획한 토크 콘서트 '프로의 작업실' 강연에서 뵈었다.
소설 '호텔이야기'의 실제 작업원고를 갖고 오시고 참여자가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지저분한 원고'였다.
초고를 쓰고 식히는 기간을 가진 후 N차 퇴고(4번 이상)에 들어가는 데,
퇴고의 포인트는 초고를 거의 새로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셨다.
보여주신 초고는 대부분 색깔 팬으로 수정표시가 되어 있었고, 한 페이지가 거의 드러내는 표시가 되어 있기도 했다.
이때, 새로 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최근 출간한 '다 하지 못한 말'인 것 같다.
임경선 작가님의 초고를 보고, 퇴고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퇴고'
내 글의 대부분은 초고에서 멈춰있다. 쓰는 힘은 어느 정도 생겼는데, 다시 읽고 고치는 힘이 아직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라비니야 작가님이 다음 글쓰기 수업에서는 '퇴고'연습도 해볼 예정이라고 하셨다.
1기는 처음이라 무료로 진행되었지만 2기부터는 6만 원 수업료가 발생한다.
신랑도 나도 백수인 상황에서 6만 원의 수업료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비용 부담 때문에 웬만하면 유료 글쓰기 수업보다는 무료 글쓰기 수업이나 강연을 듣는 편인데 앞으로의 글쓰기를 위해서 한 번쯤은 투자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1기 과정을 통해 라비니야 작가님에 대한 신뢰도 생겼고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기를 신청했다.
나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1기 과정이 자연스럽게 작가님과 친해지고 핏을 맞춰보는 시간이 된듯하다.
(지극히 내 느낌일 뿐이지만 ㅋㅋ)
끝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은 꽤 괜찮은 시작과 순조로운 전개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난 몇 번의 끝을 경험할까? 그 끝에 내게 남는 건 무엇일까?"
나는 나의 끝과 또 다른 시작이 기대된다.
-라비니야, 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 중에서-
1기를 끝내고 2기 시작을 앞두고. 앞으로 나는 몇 번의 끝과 시작을 경험하게 될까?
4월 22일부터 2기가 시작된다. 소수인원인만큼, 글도 사람도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글감이 주어질 때마다, 긴장되고. 종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마감시간이 다가올 때쯤엔 조급해진다. 3일 간격으로 반복되는 긴장감과 해방감. 글 쓰는 생활이 다가온다.
* 2기는 1기 보다 소수인원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벌써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3기는 5월 말에 시작인데 대기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하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라비니야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rabiniya_c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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