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98일 차(D-2)
신랑 생일 기념으로 엄마가 호텔 숙박권을 선물해줬다.
큰 맘먹고 나섰는데, 오랜만에 폭설이 내렸다.
그 날의 시작은 분명 비였는데, 점점 눈이 날렸다.
터널을 지날 때 마다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간도 공간도 바뀌는 것 같았다.
여기는 서울의 끝일까
지금은 겨울의 끝일까
애초에 어딜 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꼬막을 호텔 안에 머물렀다.
테라스에서 눈 내리는 거 보고
호텔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눈 내리는 거 보고
자고 일어나 다시 눈 내리는 거 보고
근처 해변가를 산책하면서 눈 내리는 거 보고
원 없이 온 감각으로 눈을 보고 듣고 맞고 느꼈다.
돌아갈 수는 있을까 겁이 날 정도였는데
터널을 지날수록 하늘은 맑아지고, 햇살은 따스했다.
여기는 서울의 시작일까
지금은 봄의 시작일까
시작, 끝은 항상 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시작도 끝도 없는 느낌이랄까.
오늘 역시 나의 무언가의 끝과 시작이 겹쳐져있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는 끝을 향해 가고 있고
3월의 영어 원서 읽기 챌린지는 막 시작했다.
어딘가의 시작이 또 다른 어딘가의 끝일 수도 있겠구나.
나에게 시작은 두려움이었고, 끝은 아쉬움이었다.
나는 언제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다.
한 발자국 멀리서 보면 시작도 끝도 기다란 선 위의 어디쯤일 뿐이다.
왠지 너무 늦은 시작에 대한 조급함도, 완벽한 끝에 대한 미련도...가끔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
* 블로그의 모든 사진, 글, 그림에 대한 허락 없는 캡처, 복사, 도용, 모방 모든 것을 금지합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하였으나,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
CopyRight 2021. missmonster all right reserve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