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4.94일 차(D-6)
나는 거실 소파 옆 탁자 위에 읽을 책들을 둔다.
정확히 말하면, 읽으려고 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는 설명이 맞겠다.
잊지 않으려 가까운 곳에 두었는데 게으름의 상징이 되었다.
빨래걸이로 쓰게 된 운동기구들은 몸의 게으름이라면,
탁자 위의 책들은 마음의 게으름이었다.
나의 긴 게으름을 깬, 책이 등장했다.
그동안의 나태함은 운명 같은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일 뿐
결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이 책 때문에 두번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첫 번째는 전날밤 미처 다 읽지 못한, 다음이 궁금해서
두 번째는 오늘, 이 책에 대해서 빨리 쓰고 싶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결코 스릴러, 추리 장르도 아닌데 말이다.
신미경 작가의 '나를 바꾼 기록 생활'이다.
신미경, 들어본 작가다 싶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책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작가님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잘하지 않는다.
'좋다'는 것은 취향, 선호가 반영된 것이라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강요'가 될까 봐, 혹시나 '싫어할까 봐'
그래서 이 책이 좋다고 말하기보다 무척 나의 취향이라는 게 맞겠다.
다른 사람이 보면,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니.
이 책은 제목처럼 저자의 기록 생활을 다루고 있다.
책도 트렌드가 있어서 어떤 주제가 이슈가 되면,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록'이 요즘 책의 트렌드인지, 서점에 가면 제목에 '기록'이 들어간 책들이 엄청 많다.
'기록'이라는 단어만 봐도 지루할 정도이다.
하고 많은, 비슷한 '기록 책' 중에서 마음에 들었다는 건 그만큼 더욱 나의 취향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몇 장을 읽지 않았는데 느낌이 왔다. 나는 이 책에 빠지게 되겠구나.
밑줄을 계속 긋다 보니, 이 책을 다 색칠할 것 같았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고 문장을 잊어버릴까 조마조마했다.
『나를 바꾼 기록 생활』에는 무기력을 탈피하고 ‘나’로 바로 살기 위한 스프레드시트 정리법이 담겨 있습니다. 돈 관리부터 생산성, 생활 습관, 취미와 생각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 단정한 삶을 꾸려나가죠. 자산 관리 스프레드시트, 쇼핑 리스트, 연간 로드맵, 피아노 레슨 노트 등등. 스프레드시트에 담긴 그녀의 꼼꼼함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좋은 자극이 되어줍니다. 스스로를 게으른 나무늘보라 여겼던 저자가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켜 단단하고 효율성 좋은 삶을 만들어갔는지, 이 책을 통해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출처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나는 기록은 하는데, 늘 '그래서?'라는 의문이 있었다.
적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다음이 없다면 '수집' '일기'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나의 이런 고민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책의 앞에 말했다.
스프레드시트를 '실천-관찰-기록-피드백'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하자는 자신과의 약속으로 삼았다고.
언제나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면 수정하면서 효율적인 방식을 찾는다. 변하지 않는 단 하나는 오늘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고, 무난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소망은 실로 엄청난 자기 관리의 결과물이다.
<출처 : 나를 바꾼 기록 생활 >
나는 스프레드 시트의 종류를 늘리는 것에 의문이 있었다.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미니멀을 지향은 하고 있기에 물건이든 데이터든 양적으로 늘리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상공간의 데이터를 늘려, 실제 일상이 단정해진다면 그보다 미니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산, 일과, 건강, 물건, 취미(독서, 피아노 노트) 등 일상 전반에 걸친 기록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내가 하는 모임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문장들에 밑줄을 쳤다.
푼돈은 모아서 뭘하나 싶을 때 : 사랑스러운 푼돈 같으니라고... 확실한 저축액으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빚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저축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
영어 원서를 읽으며 그 날의 분량을 완벽하게 공부하지 못해서 자책할 때 : 일종의 기초체력 다지기로, 하는 데 의의를 둔다. 정해진 분량을 해내면 만족할 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새 앙고 더 깊이 있게 파고들지도 않는다... 내가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이 부분은 부족하니 보충하자는 보완책은 훈련하기 목록에 필요치 않다.
몸도 마음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신랑에게(감정이 태도가 되는 나에게) : 30년 넘게 한 업계에서 건강한 직업의식을 갖고 커리어를 쌓는 이들에게 열정이란 무척 온건한 온도였다. 감정 기본이 심하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온화한 열정 중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 : 나무늘보는 해가 저물 때마다 오늘 올라간 높이만큼 나무에 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꼭대기의 탐스러운 열매에는 언제 도달할지 모르지만,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나무늘보는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뭐라도 생김을... 아누늘보는 자신의 나무를 계속 오르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의미임을 알았다.
<출처 : 나를 바꾼 기록 생활 >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책을 보는 내내 작가님에 대한 부러움, 질투심, 고마움, 존경심.. 여러 감정이 생겼다.
나 역시 '기록'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할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나는 언젠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무엇에 사로잡혔을까. 언뜻 지나치는 어떤 순간에 사로잡힐 때, 나는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나를 바꾼 기록 생활 >
나는 이 책을 다 읽었지만, 계속 곁에 두고 싶었다.
작가님이 무언가에 사로잡혔듯, 나는 이 책을 넘기는 순간에 영감을 받은 듯하다.
기록 생활에 궁금증이 들 때, 내 삶에 균형을 잃어갈 때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다.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무작정 시도한 미니멀 라이프에서 답을 찾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적게, 바르게’라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긴 최소 취향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중에도 가끔 예측 불허의 일이 생긴다. 결국, 산다는 건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임을 깨달은 후, 흔들리는 자신과 잘 지내고 있다.
<출처 : YES24 저자소개 >
나는 이런 글, 이런 작가를 만났을 때 반갑다.
이슬아 작가님 이후로 2번째이다.
빨리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싶다.
기록은 내게 보여준다. 의욕과 무력함이 리듬을 타며 삶이 흘러가는 모습을...
<출처 : 나를 바꾼 기록 생활 >
지금 이 기록은 나중에 내 삶의 어떤 리듬으로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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