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8.39일차(D-61)
영어 원서 읽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하루의 루틴이 다시 달라졌다.
신랑 도시락 싸고 출근 배웅, 요가 소년 30일 챌린지, 아침식사, 하루 일과 정리, 글쓰기(전날 밤 생각한 글감에 대하여), 하고 싶은 일들(책 읽기, 그림 그리기, 유튜브...)
지금의 루틴은 '글쓰기' 대신 '영어 원서 읽기'를 한다. 4일 정도 해보니,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3~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조금이라도 완벽하게 하고 싶어 단어 하나도 놓지 못하는 성격 탓도 분명 있을 듯하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한 번에 다 외울 필요도 없고, 외우지도 못할 것을... 이런 부분은 조금 '미니멀하게? 무소유'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암튼, 영어 원서 읽기 중간에 쉬기도 하기 때문에 총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아침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앉는 시각이 11시 정도, 12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오후 5시이다. (중간에 놀거나 다른 일이 없을 경우에) 오후 시간을 거의 영어공부로만 보내는 샘이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매일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이 있기에 마음이 조급하기도 하다. 11시쯤 되면, 글쓰기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해리포터 생각만 나서 이러다 매일 공부 기록이나 푸념을 늘어놓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글쓰기'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저녁시간에 신랑과 노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먼저 해야 될 것 같았다. 주제도 생각나지 않고, 쓰고 나면 뭐 이런 걸 썼을까 또 후회할 것이다. 오늘 인증을 '했다'라는 개운함과 '해치웠다'라는 찝찝함. (지금은 일단쓰고보자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엄마가 가끔 나한테 하던 말이 생각난다. '넌 네 아빠 닮아서 변덕이 죽 끓듯 해.' 안 좋은 말인 것 같아, 듣기 싫곤 했는데 더 이상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오늘 '개운함'과 '찝찝함' 중 어떤 마음이 더 크냐에 따라 내일이 되면 다시 루틴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요가소년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요가'라고 늘 말한다. 오늘은 글쓰기부터 대충이라도 끝내 놓고 싶은 것도, 금요일 저녁은 맘놓고 놀고 싶은 것도, 공부하다가 딴짓하고 싶은 것도 외면하고 싶더라도 '나'다. 하지만 이 것만이 나는 아닐 것이다. 그저 지금의 나일뿐.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것이다.
난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갑자기 팥죽 먹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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