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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리더

by miss.monster 2021. 1. 22.

2021.01.22.53일차(D-47)

 

 

작년 가을부터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큐레이션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1달 만에 만난다. 줌으로 진행하다 보니, 만난 다기 보다 '본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작가님, 사서님을 제외하고 현재 고정 멤버는 나를 포함하여 5명이다.

어쩌다 보니 '리더'가 되었다. 

 

살면서 '리더'는 처음이다. 어릴 때, 부반장, 미화부장, 서기 등의 학급 임원을 종종 했지만 반장선거는 일부러 나가지 않았다. 반장선거는 '인기'가 한몫했다. 떨어졌을 때, 내 인기의 현실을 알게 되는 것이 싫었고, 사람들을 이끈다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관심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주목받고 싶지만, 제일 앞에 나서는 것은 피하고 싶은 마음. 나름 선택한 것이 리더를 돕는 역할이었다. 적당히 칭찬을 받고, 적당히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글로 적으니 마치 문서에 도장을 찍는 것 같아, 생각보다 내가 더 비겁하게 느껴져 매우 창피하다.

 

이때부터였을까? 도망가는 습관은.

 

동아리의 '리더'가 되었을 때, 좋으면서 도망가고 싶었다. 못하겠다고 하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에는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작가님도 옆에 계시니 마음 놓고 넘어져보자 싶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작가님이 이번 달부터 참여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셨다. 

 

'이번 달만 못 오시는 걸까? 이번 달부터 아주 못 오시는 걸까?'

 

작가님은 한 두 마디씩 거들 뿐이었지만

늘 옆에서 전문가적 시점을 제시하고, 방향을 잡아주었다. 

 

'작가님 없이 내가 이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독서에 대해서도 모임에 대해서도 경험이 없는데?'

 

나는 또 도망가고 싶었다. 리더가 되었을 때 보다 더 강하게. 

나는 다시 나의 발목을 잡았다.

 

인사를 나누며 작가님이 없는 동아리에 대한 걱정부터 풀었다.

회원분들은 덤덤했다. 

힘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 이 동아리에 오는 것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하자. 작가님이 계시면 더 좋겠지만, 우리끼리도 나름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나 때문에, 내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

 

라는 걱정이 얼마나 거만했는지 깨달았다.

이 모임의 나만의 것이 아니고,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모임이었다. 우리 모두가 리더인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는 자칫하면 위험하기도 하다.

내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발에 힘들어가 서서히 액셀을 밟게 된다.

100, 120.....'띵 띵 띵' 네비개이션이 요란하게 울리면 그때서야 '아차'싶어 속도를 줄인다.

 

지금은 발에 힘을 빼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

넘어지면 순간 창피하긴 하겠지만 일어나면 그만이다.

날 일으켜주고 보폭을 맞춰 같이 걸어갈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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