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2.12일차(D-88)
이 동네오 이사 온 지 7년. 나는 요즘 들어 동네 도서관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집에서 편한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린다. 그곳에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 본 것은 몇 달 되지 않았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7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 왠지 거짓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암튼(또 구구절절해질 것 같은 기분이...) 최근 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도서관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 정보를 문자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느긋하게 생각하다 마감된 적이 몇 번 있었으므로, 문자를 보면 직감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한 후, 바로 전화를 한다. 요즘, 모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코로나'이다. 코로나가 심해지면 온라인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오프라인으로, 트랜스포머처럼 그때 그 때 변경된다.
글쓰기 수업 첫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기 전이라 오프라인으로 만났다. 1 책상에 1명만 앉아 얼굴의 반은 마스크로 가리고 눈만 빼꼼 볼 수 있다. 최대한 그 사람의 눈과 목소리에만 집중하며 마스크 속의 표정을 상상한다.
그렇게 쉬는 시간 없이 2시간이 흐른다. 첫날은 안 그래도 어색한데,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때문에 더욱 낯선 사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 둘째 주, 급격히 확산되는 확진자로 온라인으로 변경되었다. 온라인 수업을 몇 번 경험했으므로 조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너무 당연하게 입장을 하고, 비디오와 오디오를 체크하고, 시작하기 전에는 비디오와 오디오를 꺼둔다. 새삼, 기계치인 내가 코로나때문에 이런 최첨단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니 헛웃음이 난다. 모니터 화면이 15칸으로 분할되어 작은 네모칸 안에 얼굴이 보인다. 눈, 코, 입 표정이 모두 보이는 얼굴. 누가 누구였는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이런 얼굴이었구나. 이 사람은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그렇게 또 2시간이 흐른다.
우리는 직접 만나면, 얼굴을 볼 수 없다. 만나지 않으면 얼굴을 볼 수 있다. 이 아이러니함이 이렇게 당연할 수 있다니.
앞으로 남은 만남은 2번. 우리는 얼굴을 보게 될까? 눈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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