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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만들기/컨셉진스쿨 100일 글쓰기

호두카라멜타르트

by miss.monster 2021. 2. 22.

2021.02.22.84일 차(D-16)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때 분식집을 했다.

그 당시는 분식집 체인점은 없었으니, 요즘 '김밥천국' '~가네' '~만두' 쯤 됐겠다.

즉석떡볶이 각종 빵(찹쌀도너츠, 앙금도너츠, 꽈배기, 고로케)을 주로 하다가

나중에는 만두와 찐빵을 메인으로 각종 식사(찌개, 밥, 돈까스 등등)를 팔았다.

 

내 친구들은 엄청 부러워했지만, 나는 만두와 찐빵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질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귀함(?)을 잘 몰랐다. 그냥, 다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쩐지 찹쌀도너츠와 앙금도너츠는 좋아한다. 지금도 시장통과 길거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모두 빵을 좋아한다. 

 

아마, 부모님이 분식집을 계속했다면 오빠와 나는 디저트 가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카페, 베이커리 카페, 디저트 가게를 찾아 꼭 들른다.

요즘은 블로그보다 인스타그램에서 찾는다. 여행지의 먹음직스럽거나 예쁜 카페의 사진을 스크랩하고, 동네 카페를 찾아 팔로우한다. 

 

팔로우 해둔 동네의 마카롱, 케이크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동네 카페나 디저트가게는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나름, 애정이 있는 곳인데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마음이 아프다. 사장님은 가게를 그만두신 후에도 종종 집에서 베이킹을 하는 사진을 올리시거나 나눔 이벤트를 하기도 하셨다. 며칠 전, '호두 캐러멜 타르트'사진이 올라왔다. 너무 먹음직스러워, 덥석 댓글을 달았다. 사장님께서는 근처에 있으면 조금 나눠주시겠다는 댓글을 다셨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선뜻?! (가게를 하실 때, 자주 들른 것도 아니고 인스타그램도 내가 일방적으로 팔로우한 것이라 그냥 모르는 사이로 보는 게 맞겠다.)

 

염치가 없었지만, 호두카라멜타르트 사진이 아른거리고 입에서 맛이 나는 것 같아 냉큼 메시지를 드렸다. 혹시나 연락을 놓칠까 종일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고맙게도 집 앞까지 와주셨고, 예쁜 박스에 포장도 해주셨다.




빈손으로 나갈 수는 없어 나는 급히 집에 있는 것들을 챙겼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수세미, 주방 수건, 마스크....... 그리고 편지도 간단하게 적었다. 마스크를 쓰고 집 앞에서 잠시 인사를 나눴다. 어째, 손님으로 갔을 때 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 

 

집에 와 아껴둔 커피를 내려 신랑과 먹었다.


요즘은 커피를 줄이려고, 하루에 1잔만 마신다. 보통은, 아침에 마시는데 이 날은 호두카라멜타르트와 먹고 싶어 아껴두었다.





아이스크림처럼 위로 동그랗게 솟은 견과류.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안에도 견과류가 가득하다. 보통은 타르트는 쿠키(?) 부분이 많고, 견과류는 적다. 그런데 이건 타르트는 그냥 견과류를 담는 그릇의 역할인 듯했다. 내가 꿈에 그리던 타르트에 가까웠다!! 견과류는 카라멜 코팅이 되어 있어 달콤하고 바삭하기까지.




나는 아까워서 조금씩 깨물어 먹었다. 신랑은 그런 나를 보고, 씹는 소리는 나는데 왜 타르트가 줄지 않느냐며 웃었다. 마치 햄토리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 고등학교 별명이 햄토리였나 보다 ㅎㅎ

 

호두 캐러멜 타르트도 맛있었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아는 사이도 아니고,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사이지만 그래서 더 감사했다. 이런 게 '정'이고 '동네인심'일까?! 서울은 각박하다고 하지만 구석엔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모두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손으로 이어지겠지. 나도 내 것을 누군가에게 먼저 나누고,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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