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1.83일 차(D-17)
설 연휴, 엄마에게 다녀오는 날의 기억.
길이 막히지 않으면, 40~50분 정도 걸린다.
설 연휴다 보니 1시간 30분은 걸리겠지.
왕복 3시간 운전하는 동안 들을 거리가 필요하다.
최신 음악, 영국 영어, 이스라디오, 겨울 서점.....
요즘 꽂혀있는 팟캐스트 '김짠부 가계부 일기'를 다운로드했다.
김짠부님 특유의 명랑함(?)이 좋다.
한 푼, 두 푼 아끼다 보면
별 짓을 다하는구나, 내가 너무 짠순이인가라며 쭈구리가 될 때가 있다.
김짠부님의 발랄한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내가 덜 쩨쩨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가계부 일기는 김짠부님이 매일 지출한 내역(어디에 얼마를 썼는지)을 얘기해준다.
하루 종일 남이 돈 쓴 일을 들어서 뭐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재미(?) 있다.
재미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잘 맞았다.
금액이나 절약하는 팁보다, 지출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하루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 좋다.
가계부 일기라는 코너 명을 정말 잘 지으신 것 같다. 누군가의 일상에 나의 일상을 비춘다.
끝에는 '덜 쓰고, 더버는 하루'라는 클로징 멘트가 나온다.
현재 나는 수입이 없는 처지라, '더'라는 단어에 꽂힌다.
'더'는 무슨~ 얼마라도 좋으니 '버는'하루가 오면 좋겠다. 나는 언제쯤 버는 하루를 만들 수 있을까? 뭘 하면 벌 수 있을까? (3시간을 들었으니, 이 멘트를 몇 번을 들었겠는가...)
어떤 에피소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끝에 '오늘 더 벌지 못해도 앞으로 버는 하루 보내세요.'라고 덧붙이셨다.
순간 '쿵'
짠부님이 내 마음을 읽었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하기도 하고, 알아준 것 같아 뭉클하기도 했다.
마치 나의 행운을 빌어주는 것처럼. 그래! 언제, 어떻게 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올 거야.
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어!! 왠지 든든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짠부님은 돈을 벌고 싶은 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나 역시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가족들, 친구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더 속상하다. 그리고 7년째 외벌이고 있는 신랑에게도 7년째 미안하다. 어쩌다 능력 없는 나를 만나서, 혼자 고생을 하는지...
재테크 관련 영상을 보면, '재무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나는 딱히 뭘 재무목표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그냥 아끼고 보자'쪽이었다.
아끼고는 있지만 '이렇게 아껴서 뭐하지?'싶을 때도 있고 '현타'라는 것이 오면 의지가 꺾이곤 했다.
재무목표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적을 것을 권한다. 매년/3년/5년/10년 얼마 달성 혹은 '내 집 마련' 등등
아직 구체적인 것은 떠오르지 않지만 적어도 큰 목적은 생긴 것 같다.
돈 많이 벌서 가족들, 친구들한테 플렉스 하는 것 그리고 신랑 셔터맨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 적으면서도 적어도 될까? 적어놨는데 못 지키면 어떡하지 겁이 난다.
예전 같으면 혼자 마음속에만 간직했을 텐데, 요즘은 일단 어디든 얘기하고 본다.
생각보다 남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고(자기 일만으로도 바쁘니)
말했을 때, 뭘 그런 걸 하냐고 핀잔주기보다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을 하면 의외의 인연을 만나고,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느낀 감정, 마음(특히, 고마움)은 어떤 식으로든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짠부님께 감사한 마음도 전하고 싶고, 의지도 다지고 싶어 김짠부 머니메이트 카페에 글을 남겼다.
짠부님께서 내 글을 보고 답글도 달아주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올리셨다.
그리고 카페의 많은 머니메이트들이 댓글도 남겨주셨다.
혼자만의 레이스라고 생각했는데, 홍삼을 먹은 것보다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내 마음을 덧대고, 그 마음에 또 누군가 마음을 덧댄다.
줄줄이 사탕처럼 마음들이 이어진다. 나는 왕사탕도 보석사탕도 아니지만, 어떤 줄 안에 있다. 나를 붙잡고 있는 연결되어 있는 누군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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