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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벤트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_이 소호

by miss.monster 2021. 9. 30.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시집을 처음 열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시'가 이런 거였나?"
마치, 내가 이 소호 시인님을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나는 글쓰기 수업에서 시인님을 처음 뵈었다.

시인의 수필 쓰기 워크숍_솔직한 글쓰기.

줌으로 만난 시인님은 내가 상상했던 '시인'과는 달랐다. 나는 '시'를 '시인'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던 걸까? 총 4번의 수업을 거치며, 오해들은 또 바뀌고 바뀌었다. 사실 '시' '시인' 에 대한 오해가 바뀌었다기보다 '이 소호'라는 사람, '이 소호의 글'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시인님의 글을 찾았다.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불온, 불완전. 불안, 불편, 불만족...

불(不/ 아닐 불, 아닐 부)
1. (아닐 부) 2. 아니다 3. 아니하다( 출처: 디지털 한자 사전 e-한자 )

'불'은 단어의 맨 앞에서 그 단어를 부정하고, 완전하지 않도록 한다. 나는 '완전해지기를, 온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불완전, 불온, 불미' 처럼 '불'이 붙은 단어에 끌린다. 매력이라기보다 마력 같달까.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는 문처럼 혹은 '취급 주의' 스티커가 붙은 택배처럼 안된다고 하면 더 가고 싶고, 더 보고 싶다.


읽는 도록, 휴대 가능한 개인미술관 컨셉.
작가님은 수업 내내 컨셉과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기에 '역시'다 싶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신기하고 부러웠다. 관람 시 유의사항을 보며 이 미술관을 온전히 음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
"여기, 아주 사적인 그림이 있다.
이야기라면 좋았을
이야기와 함께."
"Here's a very private painting.
With a real story that would have been nice
if it were a fiction story."

한글로 봤을 때는 같은 '이야기'인데, 영어로 보면 하나는 진짜고 하나는 가짜. 한글만으로 읽었을 때, 불완전했던 이야기가 영어와 함께 읽을 때 완전해지는 느낌이다. 참으로 불온하고 불완전 시작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시집과도 잘 어울린다.


p64.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까맣게 칠해진 곳을 보며, 원래 있었을 말들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나만의 단어를 넣어 나만의 편지를 완성해보기도 했다. 문득, 얼마 전 '오독 사전'에서 한 콜라주 작업이 떠올랐다. 내가 적은 글과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아, 새로운 글을 만들었다.


완전했던 글에서 단어와 문장을 떼어 냈다. 애초의 글은 중간중간 비워지고, 떨어져나온 것들은 또 다른 하나가 되었다. 하나인 듯 하지만, 서로 꼭 맞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얼핏, 의미를 알 수 없는 협박 편지 같기도 하다.
비워진 것. 채워진 것. 어느 것이 완전하고 어느 것이 불완전한 것일까?! 어쩌면 불완전한 것은 불완전해서 완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바탕에 까만 글씨 혹은 그림인데 '읽는 게' 아니라 '보고 있다. 감상하고 있다.'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다양한 형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볼수록, 다양한 모양 속에 이야기 같은 것이 보였던 것 같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아무리 다양하고 화려한 모습이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겠지.


p151.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
"아니지. 나라면 진짜 진실을 여기 전시하고 거짓말이라고 말할 거야. 그게 최고의 거짓말이니까."

결국, 이야기구나. 시작처럼 끝에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야기라면 좋았을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real이고, 누군가에게는 fiction일 이야기.
나는 시집을 덮으며,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이 시집을, 이 시를 소개한다면 나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완전한 문장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감상평 같은 것도 적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 오은 시인님과 이 소호 시인님의 라이브 영상을 보며 실마리 같은 것을 찾은 것 같다. 오은 시인님은 이 소호 시인님의 시집을 보고 "자기혐오라는 것은 자기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라고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시집이라고 얘기하셨다. 이 소호 시인님은 아무도 나를 안 사랑해주는 것 같아서, 나라도 애정을 줘야 용기를 가지고 쓸 수밖에 없다고 답하셨다.



여전히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이 시집이 좋았다.
그리고, '시'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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