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사당]비움과 회복을 위한 1인 사색공간
어릴 때는,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신랑이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 나는, 분명 집에 혼자 있는데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격하게 든다.
그러다, '머물다, 사당'을 알게 되었다.
머물다, 사당은 '지금의세상'이라는 큐레이션 서점의 두 번째 공간이다.
'사당'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4호선 사당역'근처에 있다.
나는, 지금의 세상을 먼저 알게 되었다.
서점의 대표님인 '현정'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몇 번 참여했는데, 그 때의 기억이 무척 좋았다.
https://linktr.ee/the_present_world
현정님의 마음과 손떼가 묻은 공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진행하고 있는 체험이벤트에 선정되어 경험해볼 수 있었다.
머물다, 사당은 '1인 사색공간'으로
비움과 회복을 위한 시공간 그리고 경험을 공유합니다.
일부러 머물다, 사당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지 않았다.
나에게 주는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11시, 오후 3시, 7시 3타임으로 네이버에서 예약할 수 있고 머무는 시간은 3시간이다.
나는 오전 11시 타임을 예약했다. 네이버에서 전날 알림이 온다.
그리고 머물다, 사당에서 당일에 총 3번의 안내 문자를 보내주신다.
오전 9시쯤. 이용 안내문자.
입실 5분전(10시 55분). 비밀번호
퇴실 10분전(오후 1시 50분). 종료 알림 및 정리 안내 문자.
입실 전에 2번. 퇴실 전에 1번.
나는 체험단에 선정되었기 때문에, 사전에 '체험안내'문자도 받았다.
보통은 '가이드라인'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것은 꼭~!! 넣어주세요.'라는 내용인데
머물다, 사당은 달랐다.
업로드를 위해 무리하게 사진을 찍거나 콘텐츠를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한 마음이면 충분하다며 '체험단'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어떤 시공간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현정님의 마음을 받아
나 역시 최선의 나로 맞이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나섰다. 예쁜 옷이 아니라 좋아하는 옷이다.
남들이 나에게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옷이 아니라,
내가 입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옷.
그리고 가장 작은 가방을 들었다.
평소라면, 큰 가방에 아이패드, 충전기, 책 등 혹시나 싶어 읽고 놀거리를 챙기지만
휴대폰, 무선이어폰, 지갑 외에는 아무 것도 챙기지 않았다.
가는 길에 '머물다, 사당'이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말장난을 해보면 Stay, temple(물론 사당은 사당역의 사당이겠지만)
템플스테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홈캉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사당역 10번 출구. 시장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도착한다.
1층 산수생고기가 있는 건물 2층이다.
화려한 '먹자골목'사이 1층에 고깃집이 있는 건물
2층엔 비움과 회복. 이라니 뭔가 재미있는 조합이다.
문틈 사이로, 은은한 조명, 기분좋은 향, 음악이 새어나온다.
사각사각.. 발 밑으로는 붉은 자갈이 밟힌다. 그 소리와 촉감이 좋아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듯, 먹자골목과 고깃집의 기억은 온데간데 없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오랜만에 모든 감각이 섬세하게 느껴진다.
특히, 후각.
나는 향에 좀 예민한 편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했던가.
나 같은 경우는 코가 눈보다 빠르다.
은은하게 공간을 지배하는 향. 기분나쁘지 않게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간다.
살펴보니, 주방/ 안방/화장실에 각각 다른 종류의 향과 도구를 사용하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안방에 있는 향이 무척 좋았는데, 살펴보니 '일랑일랑'이었다.
안방에 짐을 두고, 공간을 둘러보았다.
주방겸거실, 화장실, 안방, 그리고 베란다로 나뉜 공간. 나는 주로 안방에서 머물렀다.
날이 좋으면 베란다에 앉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냉장고 위의 카드다.
카드 위에는 이름이 적혀있고, 냉장고 안에 방금 정수된 물이 들어있다.
안방으로 향하는 벽에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는데
마치, 프로포즈를 받는 기분도 들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슬며시 열었다.
아늑하면서도 싱그럽다. 정면으로 책장과 테이블이 보인다.
그리고 모퉁이 곳곳에 필사자리, 메모지, 안락의자가 있다.
무엇을 해야할까? 혹은 하지 말아야할까?
테이블 위에 카드가 보인다.
봄에 머물다.
머물다, 사당의 봄 메인 콘텐츠는 '명상'이다.
(지금의 세상이 큐레이션 서점인 만큼, '머물다, 사당'도 계절따라 공간 큐레이션을 달리 하는 듯 하다. )
안내에 따라, 음악을 멈추고 명상을 했다.
명상을 하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우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종이 울리면 카드에 적힌 질문에 답을 했다.
답은 단번에 적지 않았다.
준비해주신 맞이 음식을 음미하며, 되도록 천천히 적었다.
차 한 모금 그리고 떡 한입.
사당 골목 떡집의 인절미, 그리고 이에 맞춘 플라워가든 이라는 차를 준비해주셨다.
집에서 꽃잎을 직접 우려내어 차를 내려본 적은 없는데,
꽃잎이 흐드러지는 모양에 왠지 편안해진다.
+ 차 물은 직접 주전자로 끓인다.
(작동법이 자세히 적혀 있으니,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큰 컵에 티백을 넣고 단 번에 마시다가,
작은 찻잔에 조금씩 홀짝 홀짝 마시니 왠지 더 정성스러운 기분이다.
질문에 답은 사실 다 적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기분이었다.
안락의자에 잠시 앉아 머물다, 책장의 그림책을 꺼내들었다.
보고 싶은 순서대로 짚었다. 얼마전 그림책테라피에서 받은 책도 있어 왠지 반가웠다.
실은, 별로 눈 길이 가지 않는 책이 있었는데 막상 읽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았다.
'두 사람'
누구든지 두 사람이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신랑이 생각났다.
두 사람은 드넓은 바다 위 두 섬처럼 함께 살아요.
태풍이 불면 함게 바람에 휩쓸리고
해질녘 노을에도 같이 물들지요.
하지만 두 섬의 모양은 서로 달라서
자기만의 화산, 자기만의 폭포,
자기만의 계곡을 가지고 있답니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에 대해 묻는다면, 정말 딱 이렇게 답해주고 싶었다.
먼저 머물고 간 사람들이 남긴 메모도 읽어보았다.
삶의 고민을 안고 온 사람, 쉬고 싶어 온 사람. 저 마다의 사정이 있었다.
나는 쉽게 메모를 남기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덧,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 간단한 뒷정리를 해야한다.
전기, 보일러, 차와 향 도구 등등
하나 하나 정리를 하다보니, 하나하나 준비를 했을 사람의 마음이 생각난다.
이 시공간이 나를 맞이 했듯
나 역시 준비해준 사람을 맞이해주고 싶었다.
봄에 어울리는 꽃과 간단한 간식, 그리고 편지를 남기고 나섰다.
돌아오는 내내,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오롯이 머물렀을까?"
솔직히, 아쉬움은 남았다.
'채움'에 너무 익숙해서, '비우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비움'에도 '휴식'에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 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머무른 봄은, '비우는 연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워낼 시간, 그래야만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다.
혼자일 때든, 누군가와 함께일 때든.
호캉스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산사처럼 속세와 떨어져있지 않지만
오롯이 '나'일 수 있길 바라는 현정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나처럼 혼자가, 비움이 어색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듯 했다.
기회가 된다면, 큐레이션이 바뀌는 계절마다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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